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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좋은글, 좋은생각

📦 택배 유니폼을 입은 아빠, 딸의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가... 다시 웃었습니다

by 맨땅부자 2025. 4. 15.

안녕하세요. 맨땅부자입니다.
가끔은 마음 한편 깊이 간직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누군가와 조용히 나누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가,
그 아이의 짧은 문자 한 줄에 다시 웃게 된 이야기 말입니다.

📌 목차


"아빠, 택배 옷은 입고 오지 마..."

지난 토요일, 여느 날처럼 늦은 오후였습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꺼냈습니다.

"아빠, 4월 16일에 학교에서 학부모 수업 있어. 그때 말인데…
음... 택배 옷은 안 입고 오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습니다.

"혹시… 아빠가 택배하는 게 부끄러워?"

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죠.
"아니야,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친구들이랑 선생님들 앞에서… 아빠가 그 옷 입고 있으면 좀 그렇잖아."

그 말에 딸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내 마음 한켠엔 이상한 공허함과 쓰라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압니다.
어릴 적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말이 가슴을 이렇게도 아프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택배라는 이름의 삶, 나의 하루

저는 택배 일을 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새벽 공기가 아직도 차가운 시간에 일어나,
무거운 박스를 나르고, 좁은 골목을 수없이 오가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고 달립니다.
고된 일과 중간중간 허리를 두드리며,
"오늘도 가족 덕분에 힘내는 거지"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단순한 배달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아빠의 책임, 남편의 의무, 한 가정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택배 유니폼은 제게 있어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전투복과도 같습니다.

하루 종일 비어 있었던 가슴 한구석

딸의 그 말 이후, 저는 하루 종일 멍했습니다.
배송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괜히 옷매무새를 고쳐봤고,
문득문득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부끄러운 아빠가 되었나…’
‘혹시 내 일이 아이에게 짐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은 자꾸만 아파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눈에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쓰라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딸의 문자

그날 밤, 딸에게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짧지만, 참 많은 의미가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아빠 어제 죄송해여.
솔직히 아빠가 참관 수업 때 멋지게 입고 왔으면 좋겠어여…💛”

그 아래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이 가득한 그림이 함께 있었습니다.
장난처럼 그린 것 같지만,
문자를 보는 순간 저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한 줄에 딸아이의 마음이 다 담겨 있었어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친구들 앞에서 아빠가 더 멋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표현이 서툴렀을 뿐, 딸은 늘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죠.

그 순간,
하루 종일 비어 있던 제 마음이 조용히 채워졌습니다.

진짜 멋진 건, 살아가는 태도 아닐까

 

그날 밤, 저는 딸에게 문자를 썼습니다.
"사람은 겉모습으로 멋진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진짜 멋진 거란다."

"아빠는 매일 무거운 짐을 옮기지만,
그 속엔 너희가 따뜻한 밥을 먹고,
공부할 수 있는 삶이 담겨 있단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아빠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마무리하며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겐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었습니다.
서운함과 감동이 교차하고,
작은 오해가 큰 이해로 이어졌던 하루.

그리고 저는 오늘도 택배 유니폼을 입습니다.
어제보다 더 당당하게, 더 따뜻한 마음으로 말이죠.

왜냐면,
딸이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딸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길 바랍니다.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그 유니폼이 아빠를 빛나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