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맨땅부자입니다.
가끔은 마음 한편 깊이 간직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어,
누군가와 조용히 나누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가,
그 아이의 짧은 문자 한 줄에 다시 웃게 된 이야기 말입니다.
📌 목차
"아빠, 택배 옷은 입고 오지 마..."
지난 토요일, 여느 날처럼 늦은 오후였습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을 꺼냈습니다.
"아빠, 4월 16일에 학교에서 학부모 수업 있어. 그때 말인데…
음... 택배 옷은 안 입고 오면 좋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습니다.
"혹시… 아빠가 택배하는 게 부끄러워?"
딸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죠.
"아니야,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친구들이랑 선생님들 앞에서… 아빠가 그 옷 입고 있으면 좀 그렇잖아."
그 말에 딸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내 마음 한켠엔 이상한 공허함과 쓰라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압니다.
어릴 적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말이 가슴을 이렇게도 아프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택배라는 이름의 삶, 나의 하루
저는 택배 일을 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새벽 공기가 아직도 차가운 시간에 일어나,
무거운 박스를 나르고, 좁은 골목을 수없이 오가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고 달립니다.
고된 일과 중간중간 허리를 두드리며,
"오늘도 가족 덕분에 힘내는 거지"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단순한 배달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아빠의 책임, 남편의 의무, 한 가정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택배 유니폼은 제게 있어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전투복과도 같습니다.
하루 종일 비어 있었던 가슴 한구석
딸의 그 말 이후, 저는 하루 종일 멍했습니다.
배송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괜히 옷매무새를 고쳐봤고,
문득문득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부끄러운 아빠가 되었나…’
‘혹시 내 일이 아이에게 짐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은 자꾸만 아파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눈에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쓰라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딸의 문자
그날 밤, 딸에게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짧지만, 참 많은 의미가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아빠 어제 죄송해여.
솔직히 아빠가 참관 수업 때 멋지게 입고 왔으면 좋겠어여…💛”
그 아래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이 가득한 그림이 함께 있었습니다.
장난처럼 그린 것 같지만,
문자를 보는 순간 저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한 줄에 딸아이의 마음이 다 담겨 있었어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친구들 앞에서 아빠가 더 멋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표현이 서툴렀을 뿐, 딸은 늘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죠.
그 순간,
하루 종일 비어 있던 제 마음이 조용히 채워졌습니다.
진짜 멋진 건, 살아가는 태도 아닐까
그날 밤, 저는 딸에게 문자를 썼습니다.
"사람은 겉모습으로 멋진 게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진짜 멋진 거란다."
"아빠는 매일 무거운 짐을 옮기지만,
그 속엔 너희가 따뜻한 밥을 먹고,
공부할 수 있는 삶이 담겨 있단다."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야.
아빠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마무리하며
누군가에겐 평범한 하루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겐 오래도록 기억될 날이었습니다.
서운함과 감동이 교차하고,
작은 오해가 큰 이해로 이어졌던 하루.
그리고 저는 오늘도 택배 유니폼을 입습니다.
어제보다 더 당당하게, 더 따뜻한 마음으로 말이죠.
왜냐면,
딸이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딸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길 바랍니다.
“우리 아빠는 정말 멋진 사람이야.
그 유니폼이 아빠를 빛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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