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가즈아키 지음
시그마북스 / 2025년 3월 / 312쪽 / 19,800원

▣ 저자 다나카 가즈아키
교토 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고 신일본제철 주식회사에서 40년 동안 제철 현장 기술자로 근무했다. 2022년에 정년퇴직한 뒤 다나카 금속 기술사 사무소를 개업했으며, 현재 일본 기술사회 금속 부문의 회장을 맡고 있다. 해외 제철소를 방문하고 일본에 온 해외 기술자들과 교류하는 사이에 금속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기술 관련 서적을 출간하고 기술 세미나 강사로 활동하는 한편, 매년 해외에 가서 제철, 금속 역사 유산과 유적을 조사했다. 2019년에는 영국 왕립 연구소에서 패러데이의 녹슬지 않는 강철을 조사했다.
▣ 역자 김정환
건국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번역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 번 읽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철학 교과서』, 『요즘 교양 필독서 87』 등 다수가 있다.
▣ Short Summary
보통 역사를 처음 배울 때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최초의 석기시대를 제외하면 모두 금속 이름이 붙은 시기 구분을 한다. 땅에서 굴러다니는 돌을 그대로 쓰거나 가공하거나 다듬어서 쓰던 시대에서 벗어난 이후로는 계속 금속의 시대였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들도 역사를 금의 시대, 은의 시대, 청동의 시대, 철의 시대로 구분한다. 금속은 인류 문명에서 만물의 근원이었다. 돌에서 캐어낸 금속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금속은 역사상 많은 인물들을 매료시켜왔다. 전자기학의 아버지인 마이클 패러데이는 인도의 다마스쿠스강을 만들려다가 스테인리스 합금을 만들었고, 아이작 뉴턴도 물리학자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금속 실험과 연구로 밤을 새웠다. 오늘날 계속 새로운 합금이 개발될 수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금속 연구를 해온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은 금속에 미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와 인간 역사 속 금속의 발전사를 다룬다. 일본 제철 회사에서 40년 넘게 제철 현장 기술자로 근무했고, 현재는 금속 기술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가 몇십 년 동안 수집해온 금속 관련 고서와 방문한 유적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금속 썰을 풀어낸다. 일러스트는 물론 사진도 저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신화 속 금속의 모습, 동서양을 매료시킨 연금술, 청동기와 철기, 로마 문명과 중국 문명의 차이점, 야금술의 진화, 철 생산과 산업혁명, 새로운 원소 발견, 골드러시, 에펠탑, 세계대전 등 금속이 있는 역사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 차례
시작하면서
제1장 금속, 제1장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인류와 만났을까
제2장 금속, 인류의 역사와 함께하다
제3장 금속, 인류의 문명을 만들다
제4장 금속, 인류의 사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다
제5장 금속, 인류의 확장을 촉구하다
제6장 금속, 인류의 욕구를 자극하다
제7장 금속,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나다
제8장 금속, 역사를 더 강력하게 전진시키다
제9장 금속,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보여주다
제10장 금속, 살아 움직이듯 거대해지다
제11장 금속,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다
마치면서
참고문헌
세계사를 바꾼 금속 이야기
다나카 가즈아키 지음
시그마북스 / 2025년 3월 / 312쪽 / 19,800원
금속,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인류와 만났을까
철광석과 구리 광석의 기원: 생명과 지구환경이 광석을 만들었다(19억 년 전부터 기원전 38년까지)철광석의 생성: 철광석은 세계 곳곳에서 산출된다. 이것은 태고의 탄산 바다에 잔뜩 녹아들었던 철이 시아노박테리아가 토해 내는 산소와 달라붙어서 산화철이 되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가라앉는 양은 계절 변동이나 기후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래서 마치 나무의 나이테 같은 줄무늬의 광상이 만들어졌다.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철광석은 태고의 바다에서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냈던 산화철의 두꺼운 층이 융기해 육지가 된 장소에서 채굴된 것이다. 깊게 구멍을 팔 필요도 없이 지표면에 있는 광석을 긁어내기만 하면 된다. 흔히 ‘노천 채굴’이라고 부른다. 철광석은 세계의 어떤 장소에서나 발견되는 까닭에 세계의 수많은 지역에서 철기를 사용하는 문명이 발생했다.
‘철광석을 너무 많이 파내서 다 없어지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다. 철분 농도가 높은 고품질의 철광석만 해도 최소 수백 년은 고갈되지 않으며, 철분의 농도가 조금 낮은 철광석도 사용한다면 자원량은 수십 배로 불어난다. 지구의 중량 3분의 1이 철이다.
구리 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장소: 구리 광석을 채굴할 수 있는 장소는 철광석과 달리 한정되어 있다. 구리 광석은 생성되는 방식이 철광석과 다르기 때문이다.
구리 광석이 있는 장소는 먼 옛날의 해저 지각이 갈라진 곳(플레이트 경계)의 위쪽이다. 이곳에는 고온의 마그마가 지표 근처까지 올라와 있으며, 지각이 갈라진 곳으로 스며들었던 바닷물이 고온의 마그마와 접촉해서 증기가 되어 다시 지각의 갈라진 곳에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암석 속의 황화광물이 녹아들어 바닷물 속으로 밀려 나오고, 바닷물에 식어서 다시 입자가 되어 해저에 가라앉는다. 이런 장소가 구리 광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윽고 해저가 융기해 해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대의 청동기 문명은 바로 이런 땅에서 번성했다. 이집트 문명, 미노스 문명, 그리스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아시리아 문명, 인도 문명 등 청동기 문명이 번성한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플레이트 경계 위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중국 문명은 플레이트 위에서 번성했으나, 청동기를 사용한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문명권보다 빠르게 철기 문명으로 이행했다.
인류 최초 정련 금속 구리 _ 동기와 청동기
동기와 청동기: 인류가 스스로 정련한 최초의 금속은 구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구리 광석은 색이 선명한 녹색 또는 청색을 띠는 까닭에 발견하기가 쉽다. 또한 활활 태운 목탄 속에 광석을 집어넣기만 해도 광석으로부터 산소나 황을 빼앗는 환원 반응에 필요한 온도를 얻을 수 있기에 구리 광석으로부터 손쉽게 구리를 얻을 수 있었다.
구리를 도구로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무르다는 것이다. 돌로 두드려서 칼끝을 날카롭게 만든다 해도 금방 무뎌진다. 그러나 이 문제도 구리를 다른 금속과 섞음으로써 해결했다. 구리와 주석을 함께 가열하면 구리만 단독으로 가열할 때보다 200도나 낮은 875도 정도에서 액체가 된다. 게다가 이것을 식혀서 굳히면 구리만 단독으로 가열했을 때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이것을 청동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순식간에 세계 각지로 보급되어 갔다. 청동기의 이용이 시작된 것이다.
청동은 쉽게 녹일 수 있어 거푸집만 만들면 필요한 형태의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주조(鑄造)라고 부른다. 도구가 닳거나 이가 빠지더라도 다시 녹여서 거푸집에 부으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그래서 제기(祭器)나 농기구, 무기 등에 적합한 재활용 소재가 되었다. 아마도 재생 이용이 불가능한 석기 시대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청동기 시대로 단번에 넘어갔을 것이다.
청동을 이용한 지역: 청동이 사용된 지역은 기원전 4000년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 인더스강 유역이다. 전부 구리 광석을 채취할 수 있었던 지역인데, 신기하게도 주석 광석의 경우는 채취가 안 되는 곳도 있었다. 청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주석은 의외로 먼 곳에서 교역을 통해 조달했다. 로마 시대에 대(大)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에는 영국과 포르투갈, 스페인에 광대한 주석 채취 장소가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
주석 광석은 마그마로 뜨거워진 고온의 물이 주위의 암석으로부터 광물을 녹인 뒤 암석의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광맥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채굴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었다. 귀중한 주석 광석을 채취할 수 있는 장소는 교역으로 융성했으며, 다른 나라의 침략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금속 역사에 등장하는 철의 종류 _ 수만 년 전부터 이용된 철철의 이용: 사실 인류는 수만 년 전부터 철을 안료나 그림 도구로 이용해왔다. 산화철의 가루로 만든 새빨간 벵갈라(산화 제이철)나 갈색 또는 노란색 안료를 얼굴에 바르거나 무늬를 그리는 데 사용했다. 처음에는 지구 밖에서 낙하한 운철이나 삼림 화재 등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자연 환원철을 사용했다.
인류가 철을 ‘금속’으로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청동보다 이후다.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려면 청동을 만들 때보다 높은 온도가 필요한 까닭에 훨씬 어려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었다.
광석에서 순철을 만들다: 그런데 먼 옛날 사람들은 목탄과 철광석만으로 철을 만들었다. 현대인의 생각보다 간단히 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철광석을 목탄과 함께 노(盧) 속에서 태우면 목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의 산소를 빼앗기 때문에 철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은 광석에서 고체 철을 직접 만드는 까닭에 직접 제철이라고 부른다. 직접 제철로 만든 철은 불순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무른 철(순철)이다. 다만 목탄과 함께 태워 만든 순철은 마치 스펀지처럼 기포로 가득하다. 이런 스펀지철의 내부에는 이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스펀지철을 가열해서 망치로 두드리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순철에서 강철을 만든다: 순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롱이나 풀무로 공기를 집어넣어 온도를 계속 높이면 목탄의 탄소가 순철에 스며드는 침탄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순철에 탄소가 들어가면 철이 강화되어 단단하고 강인해진다. 이것이 강철이다. 고대부터 유명한 강철로는 히타이트의 철, 인도의 우츠, 일본의 다타라강 등이 있다.
고로에서 선철을 만든다: 철광석에서 철을 많이 추출하기 위해서는 노에 강력한 바람을 불어 넣어서 목탄을 기세 좋게 태워야 한다. 노를 높게 만들면 노 전체가 굴뚝처럼 되어서 기세 좋게 공기를 빨아들인다(굴뚝 효과). 그래서 노의 높이는 점점 높아져 갔다.
제철을 위해서 건설된 키가 큰 노를 고로라고 부른다. 고로의 내부에서는 철이 장시간에 걸쳐 고온으로 유지된다. 그러면 철에 점점 탄소가 들어가며, 마지막에는 녹아 버린다. 이렇게 탄소가 많이 들어가서 녹아 버린 철을 용선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식어서 굳은 것을 선철이라고 한다. 용선은 녹은 상태라서 청동과 마찬가지로 불순물이 위로 떠오르며, 그 덕분에 품질이 좋아진다. 또한 용선은 유동성이 좋은 까닭에 거푸집에 붓는 주철이 된다.
고로는 BC 5세기경 중국에서 최초로 실용화되었다. ‘폭풍로’라는 이름의 고로에 수차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바람을 불어 넣음으로써 철을 정련했는데, 이것이 주철 사용의 시작이다. 중국은 청동을 만들 재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서양보다 일찍 철의 시대로 이행했다.
선철에서 탄소를 뽑아내 연철을 만든다: 액체 상태의 선철은 거푸집을 사용해서 주조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고체가 된 선철은 단단해서 가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선철로부터 탄소를 뽑아내 가공성이 좋은 철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연철이라고 부른다.
강철의 매력: 선철은 단단하지만 가공할 수가 없다. 연철은 가공이 가능하지만 무르기 때문에 강도가 요구되는 부품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반면에 탄소가 적당히 들어 있는 강철은 강도도 높고 가공도 가능해서 다양한 부품이나 구조재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가열한 뒤에 식히면 단단해져서 날붙이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나이프나 커틀러리(식사용 나이프, 포크, 스푼) 정도를 제외하면 강철에 대한 대량 수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어 증기기관을 비롯한 다양한 기계가 필요해지자 점차 강철의 수요가 높아졌다.
그리고 현재는 ‘강철의 시대’다. 선철이나 연철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강철에 여러 가지 원소를 넣고 열처리를 병용해서 필요한 기능을 부가하는 ‘합금강’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금속, 인류의 문명을 만들다
청동기와 철기: 청동기 문명에서 철기 문명으로(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1000년까지) 기원전 5000년부터 기원전 1000년은 고대 문명의 발흥기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서양 전 지역, 중국, 인도에 고대 문명이 등장했다. 금속의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원전 5000년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청동기의 사용이 시작되었고, 인접한 이집트와 서양으로 파급되어 갔다. 멀리 떨어진 인도나 중국에서 청동기가 사용된 시기는 각각 기원전 2300년과 기원전 1650년으로 훨씬 뒤다. 동양도 각지에서 청동기를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금속을 사용한 흔적으로는 기원전 51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말라카이트 광산의 구리 제련 유적이 있다. 기원전 3400년에는 수메르에서 운철을 가공해 철제품을 만들었다.
청동기는 이집트에서 살아남았다: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철기 문명이 번성했지만 이집트에서는 청동기 문화가 번성했다. 왜 이집트만이 청동기 문화였을까?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의 고대 이집트 시대에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구리와 황금, 운철 등의 소재 가공 기술을 발전시켜 문명을 만들어 냈다. 기원전 2700년에는 인력이나 자연의 풍력이 아니라 풀무를 사용한 정련을 시작했다.
초강대국 이집트는 주변의 국가들로부터 받은 조공을 통해서 발전했다. 조공품에는 금속도 포함되어 있어서, 주변 국가들로부터 청동을 조공 받고 그것을 녹여 청동기를 주조했다. 구리의 탄소 환원 온도는 155도이며,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주석을 넣은 청동의 녹는점은 800도 정도다. 따라서 청동기는 초고온을 만드는 정련 기술이 없어도 만들 수 있었다.
철의 이용과 문명의 발흥: 철이 발견된 것과 강철이 발견된 것은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철은 산불 등으로 지표의 철광석이 환원되어서 자연히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강철은 철에 탄소가 들어간 것으로, 인위적으로만 얻을 수 있다.
철광석을 녹여서 강철을 만드는 기술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히타이트에서 시작되었다. 히타이트에서는 기원전 1800년경에 강철을 만들고 있었다. 이것이 가장 오래된 강철이다. 기원전 1400년경에는 칼리베스 출신의 야금술사가 제철 기술을 혁신해, 해면철에 침탄 처리를 함으로써 강철을 만들었다. 당시는 강철이 구리보다 8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가장 오래된 강철이 발견된 곳은 튀르키예의 카만 카레휘위크 유적이다. 현재는 기원전 1800년의 지층에서 강철의 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파 내려가면 더 오래된 시대의 강철 조각이 출토될 가능성이 있다.
바다 민족: 제철 기술로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히타이트는 아나톨리아의 카스카족과 공방을 벌인 데다가, 기원전 13세기경 갑자기 발칸반도에 출현한 바다 민족의 침공을 받아 국력이 소모되었다. 그로 인해 그동안 독점하고 있었던 고도의 제철 기술도 주위로 퍼져 나갔다.
바다 민족은 서쪽 바다에서 찾아와 철기 문명을 자랑하던 히타이트 제국을 멸망시키고 세계의 맹주였던 이집트에 싸움을 건 무장 세력이다. 이들이 실존했다는 물적 증거는 거의 없지만, 이집트 신왕국 시대의 전승 기념비와 신전 비문에 ‘이집트가 바다 민족에게 승리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이행한 그리스:세계사에서는 그리스 시대가 끝나고 로마 시대가 시작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천천히 이행되었다. 또한 그리스 시대에서 로마 시대로의 이행은 청동기에서 철기로의 이행이기도 했다. 그리스 금속 문화의 주역은 청동기다. 여기에는 주변 국가인 히타이트와 이집트의 영향이 컸다. 그리스에 철기 문명이 들어온 시기는 국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선 뒤로, 실용적인 무기나 공구류에 철이 사용되면서 철기 시대로 이행되어 갔다.
로마의 확장: 그리스 시대에서 로마 시대로 이행한 뒤 로마는 국가 확장 전략으로서 타민족을 살육하는 대신 수용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로마 문명을 받아들이게 하고, 그 후 철을 만들게 해 군대를 무장·편성한 뒤 다시 침략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북쪽으로는 스코틀랜드, 남쪽으로는 스페인까지 영토를 넓혔으며, 이 과정에서 유럽의 삼림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에트루리아로부터 빼앗은 철 제조 기술은 국토 확장 기술이기도 했다.
로마와 중국: 서쪽의 로마 문명과 동쪽의 중국 문명이 탄생하다(기원전 1000년부터 기원전 1년까지)기원전 1000~기원전 1년은 동서 문명의 발흥기다.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으로 이어지는 서양 고대사와 주, 춘추, 진으로 이어지는 중국 고대사 속에서 강철 제품이 활약했다. 또한 인도에서는 독자적인 제철 기술이 탄생했다.
메소포타미아는 이미 세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그리스에서는 철 정련이 시작되었지만, 과거의 영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대의 중심은 로마로 넘어갔다.
로마 시대의 시작은 로마에 종속되어 있었던 에트루리아의 야금 공예와 깊은 관계가 있다. 에트루리아로부터 제철 기술을 손에 넣은 로마는 철제 무기를 사용해 영토를 확장했다.
로마에 앞서서 번영을 누렸던 그리스는 기원전 356년에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리스를 통일하고 인도까지 동방 원정을 떠나 광대한 영토를 손에 넣었다. 그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상을 떠나자 영토가 넷으로 분열되었는데, 그와 함께 수학했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그중 하나인 이집트를 차지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세우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했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세계의 정보 발신원이 되는 무세이온이라는 기관이 있었으며, 금속 기술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동양 철 문명의 발흥: 중국은 기원전 770년까지 계속된 은주 시대 이후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기원전 500년에는 남부의 오나라에서 폭풍로라고 부르는 고로를 사용해 선철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한 전국시대의 말기에는 단조 철검과 철과(鐵戈)가 표면침탄 경화법으로 만들어져 무기로 사용되었다.
기원전 1000~기원전 1년의 세계사에서는 그리스, 로마, 마케도니아로 이어지는 기나긴 전쟁의 역사를 뒷받침한 철제품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도 전란이 계속됨에 따라 무기로서 철제품이 등장했다. 인도의 아름다운 다마스쿠스 검 역시 전쟁을 뒷받침한 철제품이다.
로마 문화에 흡수된 매력적인 에트루리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로마인을 다른 민족과 비교하는 부분에서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보다 뒤떨어진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기원전 900년경에 등장한 에트루리아는 기원전 396년에 로마에 병합되어 점차 쇠퇴해 갔는데, 에트루리아인의 사고방식이나 습관은 공화제 로마에 흡수되어 갔다. 에트루리아는 제철 기술을 보유한 민족이었다. 현지의 광산과 엘바섬의 철광석을 가져와서 정련해 철제품을 제조한 뒤 카르타고와 페니키아, 그리스 등의 주변 국가에 수출했다.
금속, 인류의 사상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다
문명의 번성 _ 로마는 번성하고, 중국은 철강 선진국으로(기원후부터 500년까지)
기원후 1~500년을 금속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서양은 알렉산드리아와 로마가 중심지였다. 한편 중국은 한 왕조 시대가 되었으며, 금속 기술이 단번에 발전해 제철 선진국이 된다. 그리고 일본에도 대륙에서 금속기가 들어오기 시작해 야요이 시대와 고분 시대를 맞이한다.
로마의 대 플리니우스가 출간한 『박물지』에는 동방에서 온 세레스의 철이 최고이며, 파르티아의 철이 그다음이라는 기술이 있다. 에트루리아로부터 빼앗은 해면철 제조법을 계승했던 로마로서는 외국에서 유입된 철의 뛰어난 품질이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플리니우스는 로마의 철을 외국의 철보다 낮게 평가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영국 인치투틸에서 출토된 로마의 못은 훌륭한 품질의 강철로 제작되었다. 로마 제국은 117년에 영토를 최대화했지만, 이와 함께 쇠퇴하기 시작했다. 330년에는 수도를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겼고, 391년에는 알렉산드리아도 파괴되었다.
제철 선진국 중국: 중국에서는 전한의 무제가 철을 국가의 관리하에 뒀다. 직사각형 연로, 원형 연로, 해면철을 생산하는 배로, 저온 초강로 등 다양한 철 정련로가 만들어졌다. 그런 가운데 수력 풀무가 발명되어 폭풍로(고로)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400년에는 탄소의 함유량이 많은 주철과 탄소의 함유량이 적은 연철을 녹여서 강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나라가 집권한 이 시대의 중국은 세계 수준을 뛰어넘는 제철 선진국이었다.
일본은 이런 제철 선진국의 이웃에 있었다. 청동기 문명도 도래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고분 시대에 철기 문명으로 단숨에 이행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군이 백제나 신라를 공격한 것은 철기 기술을 탐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이후의 일본 유적에서는 철제품이 급증한다.
철의 실크로드: 서양과 동양의 교역로를 실크로드라고 부른다. 이 길은 수많은 문물이 오가며 거대한 부를 가져다준 길이었다.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많은 것을 만들어 낸 거점이기도 했다. 중국에는 ‘흐르는 모래의 저편에 철이 있으니, 간다라의 철이로다’라는 말이 있었고 ‘서역의 어딘가에서 철이 난다’라고 말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철의 고향: 그런데 대 플리니우스가 극찬했던 세레스의 철이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아마도 서역 지방이나 천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로마나 중국이 그곳의 철이 우수하다고 생각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철의 산지가 신장웨이우얼이나 파미르고원 지역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신장웨이우얼의 우루무치시에는 30톤에 가까운 거대 운철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만 봐도 고대부터 철과 친숙했던 지역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금속 자원이 풍부한 알타이산맥의 근방에서는 철을 비롯한 금속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 실크로드는 비단길일 뿐만 아니라 무한에 가까운 금속자원 위를 걷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금속, 인류의 확장을 촉구하다
야금 기술: 대항해 시대와 광산·야금 기술 서적(1400년부터 1600년까지)
1400~1600년에는 광산학과 야금술, 펌프의 발달과 함께 각종 실용서가 출판됨에 따라 금속의 이용이 연금술에서 화학으로 변화했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로와 가공 기술이 발달했다.
금속의 이용은 1413년의 안티몬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는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의 항해왕자 엔히크는 지브롤터 해협에 있는 금의 집산지를 공략했다. 또한 지팡구의 금을 찾기 위해 스페인에서 파견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금속의 냉간 가공 압연기를 고안했다. 화약, 나침반과 함께 중세의 3대 발명품인 구텐베르크 활판 인쇄도 발명되었고, 이후 인쇄소가 각지에 설치되어 정보의 보편화에 기여했다. 기술서의 간행도 계속되었다. 1540년에는 이탈리아의 비링구초가 화학, 야금, 병기 제작 기술을 다룬 『데 라 피로테크니아(화공술)』를 저술했고, 1556년에는 독일의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1494-1555)가 광산 야금술에 관한 책 『레 메탈리카』를 출간했다.
광산의 발견도 있었다. 1545년에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의 볼리비아에서 포토시 은광을 발견했다. 포토시 은광에서는 유럽 전체 은 생산량보다도 많은 양의 은이 산출되었고, 이는 16세기의 화폐 혁명으로 이어졌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로의 송풍 방법 개선 등이 진행되었다. 풀무가 개량되고, 수력 동력 고로가 출현했다. 수차 동력으로 바람을 불어 넣음으로써 노의 내부 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금속, 인류의 욕구를 자극하다
증기와 전기: 산업혁명과 전기 이용의 시작(1760년부터 1800년까지)
1760~1800년을 금속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라부아지에부터 나폴레옹까지 수많은 주인공이 등장한 시기다. 과학 사상이 확립되고 새로운 금속 원소가 잇달아 발견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철의 이용에 관해서는 증기기관과 주철이 주역으로 떠올랐다.
전지, 증기기관, 반사로의 발명: 이 시기의 발명품으로서 주목해야 할 것은 1775년에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볼타가 발명한 볼타 전퇴다. 이 발명으로 또다시 금속 원소 발견 러시가 일어난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1765년에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에 응축기를 부착해 성능을 대폭 향상했다. 또한 철강 정련 분야에서는 1766년에 영국의 크레니지 형제가 반사로를 만들었다. 1776년에는 와트의 증기기관이 처음으로 고로 송풍기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1779년에는 다비 3세 등이 세번 계곡에 세계 최초의 주철제 교량인 아이언브리지를 완성했다.
금속, 역사를 더 강력하게 전진시키다
실용성과 제품화: 에펠탑과 알루미늄 정련(1880년부터 1890년까지)
1880~1890년은 금속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신소재와 새로운 정련 설비가 출현했다. 또한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가공 기술과 건조물이 등장했다.
1882년에 영국의 해드필드가 망간강을 발명했다. 1886년에는 미국의 트레시더가 니켈강을 개발했다. 1889년, 영국의 제임스 라일리는 니켈이 강철의 내식성을 향상시킴을 발견했다. 정련 기술에 관해서는 1886년에 알루미늄 제조법인 홀 - 에루법이 발명되었다.
철의 제조 측면에서는 1884년에 독일에서 루트비히 베크가 『철의 역사』를 저술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프랑스의 귀스타브 에펠이 세계 최초의 고층 건축물인 에펠탑을 건설했다.
에펠탑의 중단에는 한 면에 18명, 네 면에 72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은 에펠탑이 건조된 당시 프랑스 과학계와 공업계의 저명인사들의 이름이다. 설계자인 에펠은 이 탑을 과학계와 산업계의 신성한 사원으로 여겼던 것이다.
군함과 강재: 전함 갑판용강재의 개발 경쟁(1890년부터 1895년까지)
1890~1995년은 금속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 반면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전함 등에 사용하는 강재의 표면 강화 기술이 경쟁적으로 개발되었다. 1891년, 미국의 헤이워드 하비는 니켈강에 침탄 담금질 처리를 한 하비 강판을 발명했다. 1893년, 독일의 크루프는 니켈-크롬 강판에 침탄 처리를 한 크루프 강판을 개발했다. 제철의 기술 혁신이라는 측면에서는 1895년에 독일의 카를 폰 린데가 공기 액화에 성공해 산소 정련의 길을 열었다.
하비 강판과 크루프 강판: 1905년 5월 27일 쓰시마 해협, 일본 해군 연합 함대는 러시아의 발틱 함대와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날씨 쾌청하지만 파도 높음”이라는 유명한 무전과 함께 해전이 시작되었다. 해전은 일본 해군의 대승으로 끝난다. 여기에서는 쓰시마 해전을 금속학 관점에서 살펴보자.
연합함대: 일본 측의 연합 함대는 제1함대와 제2함대였다. 제1함대는 주력 전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배치는 기함 미카사, 시키시마, 후지, 아사히, 가스가, 닛신의 순서였다. 그리고 선두에 있었던 기함 미카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크게 선회했다. 안 그래도 선두함은 표적이 되기 쉬운데 왜 기함인 미카사가 선두에 섰을까? 그 이유는 영국의 비커스 사가 단 두 척만 건조했던 초고성능 전함 중 한 척이 바로 미카사였기 때문이다. 미카사는 당시의 최신예 전함으로, 러시아를 견제하는 영국이 동맹국인 일본을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함대의 강재: 제1함대의 전함에 사용된 강재의 종류를 살펴보자. 아사히는 니켈강, 후지는 니켈-크롬강, 시키시마는 침탄 니켈강, 즉 하비강이었다. 미카사는 침탄 니켈-크롬강, 즉 크루프 강이었다.
요컨대 제1함대의 전함은 더 우수한 강재를 사용한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선두에 있는 전함일수록 피탄에 대한 방어력이 강했다. 게다가 현측(뱃진) 장갑의 두께는 후지가 457밀리미터인 데 비해 시키시마와 미카사는 229밀리미터로 딱 절반이었다. 이것은 선두함이 더 가벼워 선회 능력이 뛰어났음을 의미한다. 강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기함 미카사와 시키시마는 속도가 빠르고 방어력이 우수해 크게 선회하는 전법에 안성맞춤이었다.
금속,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보여주다
기능성 소재: 두랄루민과 스테인리스강(1910년부터 1915년까지)
이 시기를 금속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신기능성 소재의 개발 경쟁이 벌어졌다. 철의 이용 분야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평시에서 전시로 이행되기 시작했다.
1911년에 네덜란드의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수은에서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또한 같은 해에는 독일의 알프레드 윌름이 두랄루민을 발견했다.
두랄루민은 알루미늄 합금의 일종으로, 알루미늄과 구리가 주성분이다. 가볍고 강도가 높으며 내식성도 뛰어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독일에서 개발된 두랄루민은 개발 당시부터 공개되었지만, 처음에는 누구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916년에 독일의 융커스 사가 ‘항공기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힌덴부르크 호 등의 비행선 골격에 두랄루민을 채용했는데, 이것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순식간에 항공기체 소재로 인식되게 되었다.
또한 1912년부터는 스테인리스강 개발 경쟁이 일제히 시작되었다. 그 결과 이 시기에 다양한 스테인리스강이 등장한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1912년에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이 진수되었다. 독일의 크루프 사는 스테인리스강과 내산성강의 개발을 진행했다. 이런 새로운 강재는 병기의 개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쟁에 대비해 각국이 열정적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마침내 1914년 세계는 제1차 세계대전에 돌입한다.
금속, 살아 움직이듯 거대해지다
이론과 마천루: 과학 이론 진보와 스테인리스강을 두른 마천루(1930년부터 1935년까지)
이 시기에는 금속 성질의 연구와 자석 합금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강재 가공 기술이 진보했으며 강철제 건물이 만들어졌다. 1931년에 미국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완성되었다. 이 거대 강철 건축물은 높이가 381미터에 이른다. 한편 1932년에는 초박판 압연용인 센지미어밀이 개발되었다. 1934년, 독일 크루프 사의 요한센은 크루프식 직접 제철법인 크루프-렌법을 발명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뉴욕에 있는 102층, 높이 381미터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1931년에 준공해 현재 90년 이상이 경과했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사실 이 빌딩의 바로 옆에는 77층에 높이가 319미터인, 아르데코 양식의 빌딩이 있다. 크라이슬러 빌딩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1년 전에 지어진 이 빌딩은 불과 1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자리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내주고 말았다.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공통점은 서로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나 높이 경쟁만이 아니다. 외벽에도 있다. 두 건물 모두 외벽이 스테인리스강(SUS302)으로 덮여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창틀의 사다리처럼 생긴 패널에는 300톤이 넘는 스테인리스강이 사용되었다.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외벽은 오랜 세월 동안 뉴욕의 공해와 바다의 염해를 견뎌냈고, 킹콩의 등정도 버텨냈으며(1933년과 2005년의 영화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1945년의 폭격기의 충돌도 견뎌낸 채 지금까지 그 웅장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금속,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다
핵과 신소재: 원자핵실험과 주조 기술(1940년부터 1945년까지)
1940~1945년은 금속과 철 모두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금속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1940년에 일본의 이가라시 이사무 등이 홋날 제로 전투기에 사용되는 초초두랄루민을 개발했다. 1942년, 시카고 대학교의 페르미 등은 훗날 원자력의 이용으로 되는, ‘제어된 연쇄 핵반응’을 실현했다.
철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는 1940년에 미국의 대일 설철 수출 금지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에서는 완성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타코마 다리가 피로 파괴로 무너졌다. 1942년, 독일의 크루프 사는 80센티미터 구경의 열차포이자 사상 최대의 대포인 도라를 실전에서 사용했다. 1943년, 독일의 융커스는 강철의 연속 주조 기술을 개발했다.
초초두랄루민: 독일의 알프레드 윌름은 1906년의 어느 주말 알루미늄에 구리를 4퍼센트, 마그네슘을 0.5퍼센트 첨가한 알루미늄 합금을 담금질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그 합금의 경도를 측정했는데, 매우 단단해져 있었다. 시효 경화 현상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알루미늄에 구리를 섞은 이유는, 기존의 탄피는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좀 더 가볍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두랄루민은 1909년에 독일의 뒤레너 메탈베르케 사가 발매한 합금의 상품명이다. 지명인 뒤렌의 알루미늄이라는 의미에서 ‘두랄루민’으로 명명했다. 초경량이면서도 강도가 있는 금속으로, 1910년대에는 체펠린 비행선의 골격에 사용되었다.
일본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에 런던으로 출격했다가 격추 당한 독일 비행선의 골격을 현지에 주재하던 해군 관계자가 가지고 돌아오면서 두랄루민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1928년 미국의 알코아 사는 기존의 두랄루민보다 강도가 높은 초두랄루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36년, 일본은 구리의 함유량을 낮추고 아연과 마그네슘을 첨가한 알루미늄 합금, 일명 초초두랄루민을 개발했다.
초초두랄루민의 압출재는 훗날 일본 해군의 ‘제로 전투기’의 주날개에 채용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초초두랄루민은 개발을 통해 꾸준히 성능이 향상되면서 항공기용 골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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