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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스모스 요약

[북코스모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돈 후안 마누엘 지음

by 맨땅부자 2025. 4. 13.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 306쪽 / 14,000원


▣ 저자 돈 후안 마누엘

1282년~1348년 중세 스페인을 대표하는 귀족, 정치가, 군인이자 작가인 돈 후안 마누엘은 ‘지혜왕’으로 불리며 스페인 역사에 큰 영향력을 남긴 왕, 알폰소 10세의 친조카인 왕자로 태어났다. 뛰어난 군사적 역량과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카스티야 왕국에서 중요한 외교적 임무를 맡고, 왕국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오늘날 그는 중세 스페인 산문 문학의 거장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인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는 48편의 이야기들을 엮은 모음집으로, 젊은 루카노르 백작이 현명한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에게 다양한 문제에 관해 조언을 얻는 방식으로 쓰였다.

▣ 기획 서진

현재 스노우폭스북스 대표다. 에디터, 윤문, 기획, 마케팅, 경영자 경력을 동시에 길러왔으며 250여 종의 국내 도서 기획을 단독 개발, 그중 50여 종은 5만 부~10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으로 출간되거나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표 도서로는 400쇄를 돌파한 경제경영 『돈의 속성』과 『핑크펭귄』, 60만 부가 판매된 에세이 『어떤 하루』 외 다수가 있다. 현재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를 기획하고 편저자로 작업 중이다.

 Short Summary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스페인어로 집필한 이유에 관해, 평범한 국민과 후세들이 도덕적 교훈을 쉽게 얻고 실천하여 삶이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영위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스페인 치세를 세계로 확장시킨 알폰소 10세의 동생의 아들이다. 왕족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왕자로 태어났을 뿐 아니라 왕의 조카, 이전 왕의 손자다. 이 시대 스페인은 문학 활동을 하찮게 여겼지만 그는 고결한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정의와 정직,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인격적 함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왜 사람을 가려 써야 하는지, 악한 꼬임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혜를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책의 문학적 가치는 스페인 산문 문학을 기초하고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 시대 책의 형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짧은 이야기가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어른 동화 구조는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문법이었다. 매력적인 이야기 중심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인간 본성과 행동에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 이 책은 훗날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이 책은 700년 전인 1335년에 출간됐다. 하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관련이 깊다. 인간관계와 의사결정,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통찰력은 문화와 시대를 초월한 보통의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차례

독자에게 드리는 양해의 말씀
저자와 책에 대한 설명
서문

1.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 / 2. 거짓말하는 나무에게 생긴 일
3. 여우에게 쫓기던 수탉의 최후 / 4. 오래된 다툼을 끝내야 할 때
5. 진짜 속내를 감춘 여우 / 6. 위선적인 여자가 제일 위험한 이유
7. 최악의 아내와 최상의 아내 / 8. 진심을 시험한 왕
9. 어리석은 아들을 가르친 아버지 / 10. 아랍인과 싸우려 바다로 뛰어든 영국의 왕 리처드
11. 위험을 경고한 제비 / 12. 서로 먼저 종을 치겠다고 싸운 성직자와 수도사
13. 꿈에 취해 꿀 항아리를 깨버린 여인 / 14. 속임수
15. 선과 악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 16. 콩과 콩 껍질을 먹게 된 부자
17.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 18. 조심해야 할 사람
19. 성격이 거칠고 사나운 신부 길들이기 / 20. 재물을 탐한 자의 심장이 발견된 곳
21. 제안을 판단해야 할 때 / 22. 누구와 먼저 싸워야 하는가!
23. 복수를 위해 찾아온 자를 멀리하라 / 24. 그에게 정말 ‘그것이 있는가’를 보라
25. 이간질에 속은 사자와 황소 / 26.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는 방법
27. 행동을 보면, 보인다. / 28.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대한 대처
29. 은혜를 잊은 자 / 30. 사기꾼에게 속아 벌거벗은 왕
31. 서로를 이끌어주던 두 맹인에게 일어난 일 / 32. 상처에 굴복하지 말 것
33. 보석을 잔뜩 짊어진 채 강에서 익사한 남자 / 34. 가까이 있는 적과 멀리 있는 적
35. 영혼을 구원받지 못한 집사장 / 36. 본분에 맞는 일을 하라
37. 눈먼 남편을 위해 자신의 눈을 찌른 아내 / 38. 악마에게 영혼을 판 남자
39.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방법 / 40. 진정한 친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41. 왕국에서 쫓겨나 알몸으로 버려진 남자 / 42. 격분하지 말라
43. 죽음을 앞두고 / 44. 매와 독수리 싸움에 낀 왜가리
45. 나태함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 / 46. 철학자가 돌보던 어린 왕에게 일어난 일
47. 간을 꺼내 씻어야 했던 남자 / 48. 여동생의 속셈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 306쪽 / 14,000원





살라딘 술탄의 이야기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부끄러움)’을 아는 것!



어느 날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와 대화를 나누었다.

파트로니오, 당신의 지혜가 이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소. 그러니 한 가지 질문을 하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이오? 사람이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덕목이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오. 그러니 적어도 한 가지 중요한 덕목만이라도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게 알려주시오.

파트로니오가 대답했다.

감히 말씀드리면 사람의 지혜나 능력을 파악하는 것만큼 실수하기 쉬운 일은 없습니다. 사람의 본성과 지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세상을 위해 어떤 선행을 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실을 알려 드리기 위해, 이제 살라딘과 그의 신하였던 한 기사의 고귀한 아내에게 일어난 일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슬람 국가의 술탄이자 예루살렘의 탈환자로 알려진 살라딘이 어느 날 한 기사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기사는 위대한 주군이 자신의 집에 머무는 것을 보고,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와 자녀들도 술탄을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러나 악마는 언제나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지요. 악마는 살라딘이 기사의 아내를 사랑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랑은 계속 커져만 갔습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욕망을 부추길 조언자에게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습니다. 조언자는 기사를 불러 큰 호의를 베풀고 그를 대규모 부대의 장군으로 임명하여 변방으로 파견해 버리라고 조언했습니다. 남편이 집을 떠난 동안 살라딘은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자신이 매우 운이 좋고 주군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믿으며 변방으로 떠났고 그 후 살라딘은 기사의 집으로 갔습니다. 기사의 아내는 남편에게 큰 은혜를 베푼 살라딘을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그녀와 집의 모든 사람들은 살라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살라딘은 사람을 시켜 부인을 불러오게 했습니다. 부인이 방에 들어오자, 살라딘은 그녀에게 자신이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즉시 그 의미를 이해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척하며 대답했습니다.“신께서 당신에게 좋은 삶을 주시고 큰 행복을 누리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당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언제나 당신께 합당한 축복이 있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의 주군일 뿐만 아니라 나와 내 남편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살라딘은 “나는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인은 여전히 그의 의도를 모르는 척하며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살라딘은 계속해서 자신의 사랑을 주장했고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매우 순결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주군이시여, 비록 저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지만 사랑은 사람의 마음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게 사람이 지배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께서 저를 그렇게 사랑하신다면, 그 말이 진심임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할 때, 그들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고 난 뒤에는 업신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그런 일이 저에게도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살라딘은 자신이 그녀를 존중할 것이며 결코 그녀를 모욕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자신의 요구를 한 가지 들어주면 그의 뜻대로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살라딘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자 부인은 그의 손과 발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습니다.“제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사람의 성품 중 가장 뛰어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다.”

살라딘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며 부인에게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언제라도 그가 답을 찾는다면 그의 바람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살라딘은 자신의 신하들에게 그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이는 사람의 최고의 덕목이 ‘고귀한 영혼’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들은 최고의 덕목이 ‘충성심’이라고 했습니다. 신하들은 이처럼 여러 덕목을 논의했지만 살라딘이 찾고자 하는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여행을 떠난 살라딘

 

결국 살라딘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 명의 음유시인을 데리고 바다를 건넜습니다. 자신도 음유시인으로 변장한 살라딘 일행은 교황청으로 가서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후 여러 왕들의 궁정을 방문했지만 마찬가지로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살라딘이 음유시인들과 함께 여행을 하던 중 사냥에서 돌아오는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청년의 아버지는 이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였으나 나이가 들어 시력을 잃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그의 통찰력을 빼앗아 가지는 못했습니다.

청년이 살라딘 일행에게 누구인지 묻자 그들은 자신들이 음유시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청년은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습니다.“저는 오늘 사냥에서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같은 훌륭한 음유시인들이 우리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 주신다면 매우 기쁠 것입니다.”

청년이 계속해서 간청하자 살라딘 일행은 청년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하고 자신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우리 아버지께서 그 답을 알지 못하신다면, 아무도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청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청년은 사냥에서 사슴을 잡았고 음유시인들까지 집으로 데려와 정말 기쁘다고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청년의 아버지는 살라딘 일행이 찾고 있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후 질문을 하는 이가 단순한 음유시인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음유시인들이 공연을 마친 후, 노기사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이제 내가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 나에게 질문해 보시오. 그리고 나의 생각을 말해 주겠소.”그러자 살라딘은 음유시인의 옷을 입은 채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인 것은 무엇입니까?”



노 기사는 이 질문을 듣자 즉시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또한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이 마주한 이가 살라딘임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과거 살라딘의 휘하에서 오랫동안 머물렀고 그에게 많은 은혜와 존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노기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끄러움; 최고의 덕목

 

“우선 여기에 이렇게 훌륭한 음유시인은 전에도 온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해 두겠습니다. 당신에게 받은 은혜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모르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이제 당신의 질문에 대해 답하겠습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은 ‘부끄러움(수치심)’입니다.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죽음을 감수할 수 있으며,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일입니다. 또한, 부끄러움으로 인해 사람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올바르지 않은 일은 피하게 되지요. 이렇게 부끄러움 속에서 모든 덕목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모든 악행의 근원입니다.”

살라딘의 귀환

 

살라딘은 이 답변이 정확하다는 것을 깨닫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는 노 기사와 그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났습니다. 살라딘이 돌아오자 사람들은 그의 귀환을 환영하며 축하했습니다. 축하 행사가 끝난 후, 살라딘은 질문을 던졌던 고귀한 부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부인은 살라딘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예의를 다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살라딘은 방으로 돌아가 부인을 부르도록 했고 부인은 그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살라딘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고생했는지,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음을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약속을 지킬 준비가 되었으니 부인도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부인은 그에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며, 그 답이 정말 완전한 것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살라딘은 그녀의 말에 기뻐하며 자신이 찾은 답을 말해주었습니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은 부끄러움이오.”

부인은 이 답변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주군이시여, 당신의 말씀이 진리임을 알겠습니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셨으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훌륭한 왕은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살라딘은 왕으로서 진실을 말해야 했기에 비록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 믿고 있소.”

그러자 부인은 그의 발치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주군이시여, 당신께서는 두 가지 깊은 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부끄러움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덕목’이라는 사실입니다. 주군이시여, 이제 이 두 가지를 알고 계시니,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덕목인 부끄러움을 실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요구하신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 주십시오.”살라딘은 부인의 말을 모두 듣고 그녀가 탁월한 덕행과 지혜로 자신을 큰 죄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신께 감사했습니다. 비록 이전에는 그녀를 누구보다도 사랑했지만 이제는 그녀를 더욱 깊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통치자가 백성 모두에게 품어야 할 진정한 사랑의 형태였습니다.

특히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 때문에 살라딘은 그녀의 남편을 불러 그에게 큰 영예와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와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까지도 그 덕을 입어 모두가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선행은 그 고귀한 부인의 덕행 덕분이었습니다. 그녀가 살라딘으로 하여금 ‘사람의 가장 뛰어난 덕목이 부끄러움(수치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은 모든 덕목의 근원이자 으뜸이 되는 덕목입니다.

부끄러움의 가치

 

백작님께서 사람의 가장 훌륭한 덕목이 무엇인지 물으셨으니 그것이 바로 ‘부끄러움’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끄러움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너그럽고 충성스럽게 하며, 품위 있고 좋은 습관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인간으로 하여금 노력하게 하며 성실함과 좋은 습관으로 선행을 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부끄러움 때문에 더 많은 선행을 하게 되며, 반대로 부끄러움 때문에 원래 하고 싶었던 부당한 행동을 멈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부끄러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을 때의 부끄러움은 얼마나 좋은 것이며 필요한 것입니까! 반대로 부끄러움을 잃는 것은 얼마나 사악하고 해로우며 추한 일입니까! 사람이 은밀한 죄를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는 크게 잘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밀스러운 일이라도 결국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위를 저지른 순간에는 부끄러움이 없을지 몰라도, 그것이 알려지면 반드시 부끄러움이 따르게 됩니다.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덕이 없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목격했다면 부끄러움 때문에 그 행동을 멈추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멈추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을 보고 아시는 신께서 그에게 마땅한 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백작은 이 이야기가 훌륭한 교훈이라고 여겼다.



돈 후안은 책에 기록하며 다음과 같은 구절을 남겼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부끄러움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부끄러움은 악을 물리치고,

옳은 길을 쉽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든다.





선과 악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선과 악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



루카노르 백작은 그의 조언자 파트로니오와 대화하고 있었다.

파트로니오, 나에게는 두 명의 이웃이 있소. 그중 한 사람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우리 사이에는 깊은 애정과 끈끈한 연대가 있다오. 그런데 가끔씩 그는 나에게 해를 끼치고 속이기까지 한다네. 그것이 나를 매우 불쾌하게 만들지.두 번째 사람은 나와 특별한 유대 관계도 없고 특별히 좋아할 이유도 없는 사람이오. 그런데 이 사람도 가끔은 나에게 불쾌한 일을 하곤 한다네. 당신의 깊은 지혜로 내가 이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오.

백작의 고민을 들은 파트로니오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백작님께서 언급하신 것은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문제입니다. 그리고 서로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백작님께서 이 상황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선과 악 사이에 일어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현명한 사람과 미친 사람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옛날에 ‘선’과 ‘악’이 있었는데 그들은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악은 선보다 훨씬 교활하고 이기적이며 항상 꾀로 가득 차 있어서 늘 속임수나 나쁜 일을 꾸며냈습니다.

어느 날 악은 선에게 양 떼를 기르자는 제안을 했고 그것이 그들에게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은 그 아이디어를 좋아했고 양을 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양이 새끼를 낳자 악은 선에게 각자의 몫을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선은 미덕이 있고 신중했기 때문에 먼저 고르기를 원하지 않았고, 악에게 먼저 고르라고 했습니다. 악은 사악하고 교활했기 때문에 기뻐하며 선에게 갓 태어난 새끼 양들을 가지라고 했고 자신은 젖과 양털을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선은 그 분배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그 후, 악은 돼지를 키우자고 했고 선은 동의했습니다. 돼지가 새끼를 낳자, 이번에는 반대로 하자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선이 양 새끼들을 가져갔고 악은 젖과 양털을 가져갔으니 이번에는 선이 젖과 털을 갖고 자신은 새끼 돼지들을 가질 차례라고 말했습니다. 선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은 채소가 필요해 무를 심게 되었습니다. 무가 자라자, 악은 선에게 땅 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 보이는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하면서 선은 땅 위에 있는 무의 줄기를 가지고 자신은 땅속에 있는 부분을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선은 이에 동의했습니다.

다음에 그들은 양배추를 심었습니다. 양배추가 자라자, 악은 선에게 지난번과 반대로 하자고 했습니다. 지난번에 선이 무의 윗부분을 가져갔으니 이번에는 땅 속에 있는 양배추 뿌리를 가져가라고 말했습니다. 선은 아무런 저항 없이 악이 제안하는 분배에 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악이 이번에는 여종을 한 명 들이자고 했습니다. 선은 이번에도 아무 불평 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요. 그들이 여자를 얻자, 악은 선에게 허리에서 머리까지의 부분을 가지라고 말했고, 자신은 허리에서 발까지의 부분을 가지겠다고 했습니다. 선은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습니다. 선의 몫인 여종의 윗부분은 집안일을 했고 악의 몫인 아랫부분은 그와 결혼하여 동침했습니다. 얼마 후 여자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자 선은 여자에게 말했습니다.“아이는 젖을 먹을 수 없네. 젖을 주는 것은 내 몫이며 나는 젖을 먹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네.”

악이 그의 아들이 태어난 것을 보러 왔을 때, 아기가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기가 젖을 먹지 못해서 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악은 선에게 아기가 젖을 먹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선은 젖은 자신의 몫이라며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악이 계속 강하게 요구하자, 선은 그를 보고 말했습니다.“친구여, 내가 어리석어 네가 항상 좋은 몫을 골라 가고 나에게는 나쁜 몫을 남겼다는 것을 몰랐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네가 준 것으로 힘겹게 버텼지만 너는 나에게 전혀 관대하지 않았지. 이제 신께서 나의 도움 없이는 네가 살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하셨다. 내가 너에게 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놀라지 마라. 네가 나에게 한 일을 생각하고 이제 네가 응당 받을 것을 받아라.”

악은 선의 말이 사실임을 알았으며, 그의 아들이 젖을 먹지 못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큰 비탄에 빠져, 선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선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선은 악의 약속에 흡족했습니다. 신께서 악이 선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하셨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를 큰 승리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악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만약 내가 아내가 아기에게 젖을 먹도록 허락하면, 너는 아이를 등에 업고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이렇게 외쳐야 한다. ‘여러분, 결국에는 선이 악을 이긴다는 것을 들으시오.’”

악이 이것을 한다면 선은 아이에게 젖을 주겠다고 동의했습니다. 악은 이를 받아들이며 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람직한 협상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 또한 자신이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느꼈습니다.

선과 악의 관계

 

이제 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선량한 사람과 미친 사람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선량한 사람은 목욕탕을 운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미친 사람이 목욕탕에 와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양동이, 돌, 막대기, 손에 닿는 것들로 사람들을 마구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자 선량한 사람의 목욕탕에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끊겨 수입이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날 목욕탕 주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미친 사람이 오기 전에 탕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는 옷을 벗고 매우 뜨거운 물이 담긴 양동이와 큰 나무 삽을 들고 미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미친 사람이 목욕탕으로 들어오자, 그 순간 선량한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친 사람에게 다가가 양동이에 담긴 뜨거운 물을 쏟아붓고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습니다. 그리고 삽을 들고 그의 머리와 몸을 마구 때렸습니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선량한 사람이 미쳤다고 믿었습니다.그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조심하시오! 목욕탕에 미친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미친 사람과 다툰 주인도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백작님, 이웃들과 이렇게 지내십시오. 아주 친한 관계를 가진 이웃에게는 항상 친절하게 대하고 조금 귀찮게 해도 용서하셔야 합니다. 그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그와의 유대와 애정 때문에 하는 것임을 알게 해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한다거나 어쩔 수 없이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게 하십시오.

반면에,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받지 말고 그의 악행을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쁜 사람들은 두려움이나 이익 때문에 당신에게 잘 보이려는 것입니다.

혹시 그가 백작님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그것은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결코 백작님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일러두십시오.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 좋아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백작은 이 조언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따랐으며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돈 후안은 자신의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썼다.



선은 항상 선한 행동으로 악을 이긴다.

못된 자는 상대해봤자

그 무엇으로도 이로울 게 없다.





누구와 먼저 싸워야 하는가!!

 

누구와 먼저 싸워야 하는가!



어느 날, 루카노르 백작은 그의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소. 한 이웃과 다툼이 있소. 그 사람은 매우 강하고 명망 있는 사람이지. 우리는 한 마을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그곳을 차지하고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패배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기로 합의했네.

내 병사들은 이미 모였고 내가 그곳에 간다면 신의 가호로 큰 명예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네. 그런데 지금 몸이 좋지 않아 그곳에 가지 못할 것 같다네. 마을을 잃는 것은 큰 손실이겠지만 그 사람이 얻게 될 명예를 내가 놓치게 되는 것이 더 마음에 걸리네. 대결에 져서 잃게 되는 불명예가 나를 괴롭힐 것 같네.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네.

파트로니오는 이렇게 말했다.

백작님, 분명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지만 제가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로 멜렌데스 데 발데스라는 사람이 겪은 일을 들어보시지요. 그는 레온 왕국의 아주 명망 높은 귀족이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신께서 하신 일은 모두 최선이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습니다. 그는 레온 왕의 측근이었는데 그를 질투하던 사람들이 왕에게 그를 모함하여 죽이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간신들의 중상모략으로 왕의 미움을 사게 되어 사형을 당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신의 뜻을 받아들이는 지혜

 

그러던 어느 날, 페로 멜렌데스에게 왕의 부름이 있었습니다. 왕의 명령에 따라 그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그의 집에서 반 레구아(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페로 멜렌데스는 왕에게 가기 위해 말을 타려고 현관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는 도중, 계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이를 보고 비웃으며 말했습니다.“페로 멜렌데스, 그대는 항상 신께서 하시는 일이 최선이라고 말하더니, 이번에는 신께서 그대에게 이런 일을 주셨구려!”이에 페로 멜렌데스는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비록 그대들이 나를 비웃고 있지만, 이번 일이 결국엔 신의 뜻이었고, 그 뜻이 최선일 것이라 믿소.”페로 멜렌데스를 죽이려 했던 자들은 그가 오지 못하는 이유가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라는 소식을 듣고 왕에게 보고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페로 멜렌데스는 다리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가 회복하는 동안 왕은 그에게 씌워진 혐의가 거짓임을 알게 되었고 그를 모함한 자들을 체포했습니다. 왕은 총애하던 신하를 죽일 뻔한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습니다. 왕은 직접 페로 멜렌데스를 찾아가 사과하고,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으며 많은 재물과 높은 관직으로 보상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모함했던 자들은 모두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무 죄가 없던 페로 멜렌데스는 신의 가호로 살아났고 그의 말처럼 ‘신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최선’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백작님도 이번에 겪은 좌절을 탓하지 마시고 신의 뜻이 항상 최선임을 믿으십시오. 그러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입니다. 백작님,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둘째,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신의 뜻을 기다리거나 일이 저절로 풀리기를 바라서는 안 됩니다. 그런 것은 신을 시험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이성적이고 지혜를 가졌으니 모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것이 신의 뜻임을 받아들이고 그 뜻이 최선임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신의 뜻으로 이루어진 일이니, 신께서 백작님이 바라는 대로 모든 일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충고를 받아들여 많은 이익을 얻었다.

돈 후안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우연히 닥친 불운 앞에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태풍을 막아서야

모든 것을 얻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는 방법




어느 날, 루카노르 백작은 그의 조언자인 파트로니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트로니오, 나는 제법 부유하게 지내고 있네.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이만하면 충분히 부자니 걱정 말고 이젠 먹고 마시며 즐기며, 좀 쉬어도 된다. 자식들에게 남겨줄 재산도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얘기한다네. 자네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젠 내가 그만 일하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대의 지혜를 믿소. 그러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 주겠나?

파트로니오가 말했다.

백작님, 편안하게 지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개미가 자신을 돌보는 방식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개미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개미는 매우 작은 생물에 불과해 큰 지혜가 있을 것 같지 않지만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매년 밀 수확 철이 되면 개미들은 집에서 나와 탈곡장으로 가서 먹을 만큼의 밀을 모읍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거처에 저장해 두지요.

첫 비가 내리면 개미들은 그 밀을 밖으로 꺼냅니다. 사람들은 개미가 밀을 말리기 위해 밖으로 꺼낸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실제로 개미들이 첫 비가 내릴 때 밀을 꺼내는 시기는 겨울이 다가오는 때입니다. 비가 올 때마다 말리기 위해 곡식을 내놓아야 한다면 개미들의 노고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일한 성과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겨울엔 해가 뜨는 일이 별로 없어서 젖은 곡식을 말리기가 무척 힘드니까요.

그들은 창고에 모아둔 밀이 물에 젖으면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싹이 트면 더 이상 관리할 수 없게 되고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밀을 꺼내서 싹이 나는 부분을 먹어버리고 나머지 부분만 남깁니다. 그렇게 하면 비가 내려도 밀은 싹이 트지 않게 되어, 일 년 내내 그 곡식으로 살아갈 수 있지요. 그리고 개미들은 이미 필요한 곡식을 다 모았어도, 날씨가 좋을 때마다 가능한 한 많은 곡식을 모아둡니다. 그들이 모으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혹시라도 식량이 모자랄 것을 대비하는 것입니다. 개미들은 이렇게 하늘이 준 시간을 한 순간도 헛되이 흘려버리지 않고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부의 진정한 의미

 

개미처럼 작은 생물도 자신을 돌보기 위해 이토록 많은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특히 많은 재산을 관리하고 여러 사람들을 다스리는 사람이 현재 갖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저 소비하기만 하고 새로운 자원을 채우지 않으면 재산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은 지혜가 부족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백작님께서 먹고 즐기며 쉬기를 원하신다면, 재산을 유지하고 명예를 지키면서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얻을지 신중하게 계획하면서 그렇게 하십시오. 만약 백작님께서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쓰일 곳이 많습니다. 이 세상을 위해서 명예롭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보람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의 조언이 매우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행동하여 많은 이익을 얻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적용

 

돈 후안은 다음과 같은 구절을 썼다.



모아 둔 모든 것을 낭비하지 마라.

개미와 같은 성실함과 대비하는 지혜를 배우라.

손쉽게 쉬어야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쌓은 재물들을 보람 있게 쓸 수 있을 만큼

많이 가졌을 때

죽어서도 명예를 남기게 될 것이다.
지혜로운 삶을 위한 초대